겨울 여행지로 안성맞춤 예쁜 성당이 있는 곳

● 충남 아산 공세리성당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명성 자자한 성당이다. 주변이 예뻐서 영화나 드라마에 숱하게 등장했다. 눈 내리면 성당 앞 팽나무와 사제관 앞마당 느티나무에 눈꽃 활짝 피는데 참 아름답다. 붉은 벽돌, 고딕양식의 성당 건물도 우아하다. 인주면 공세리에 있다. 


성당 자리는 조선시대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일대에서 거둬들인 조세를 보관하던 창고였다. 1895년 프랑스 출신 드비즈 신부가 이 창고를 성당으로 사용했다. 지금의 형태로 개축한 것이 1922년의 일이다. 아산 출신 순교자 32명을 기리는 비와 탑이 성당에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4대 박해(신유ㆍ기해ㆍ병오ㆍ병인)를 겪으며 1만 여명의 순교자를 낳았다. 이들 대부분은 충남 아산, 서산, 당진, 홍성, 예산 등 내포지방에서 나왔다. 바다나 강물이 뭍으로 쑥 들어온 지역을 내포라 한다. 내포지방은 일찌감치 중국과 교역이 활발했다. 천주교의 전례도 빨랐다. 성당 뒤 십자가의 길(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길)은 걸어본다. 조형물들이 생생하고 아름답다. 아산만 일대도 힐끗힐끗 보인다. 

● 전북 익산 나바위성당

1907년에 세워진 성당이다. 망성면 화산리에 있다. 한국의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후 돌아와 첫 발을 디딘 곳이 성당이 있는 자리다. 성당 뒤쪽 산책로를 따라가면 김대건 신부 기념비를 만나게 된다. 


성당 건물은 서양식 건축형태와 한옥 형태가 조화를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형태다. 전면은 서울 명동성당처럼 뾰족한 첨탑을 가진 고딕양식인데 반해 건물 몸체는 기와를 얹은 한옥이다. 기와를 얹은 지붕이 겹으로 쌓여있고 지붕과 지붕 사이에는 팔각형의 창문이 있다. 성당 바깥쪽 양 옆으로 고궁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회랑까지 있다. 고딕양식 차갑고 웅장한 이미지와 한옥이 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우러진다.

성당이 이런 형태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성당 초대 주임신부였던 베르모렐 신부가 12칸짜리 기와집을 인수해 성당으로 개조한 덕이다. 처음에는 전통 한옥양식에 따라 지어졌는데 여러 차례 보수과정에서 흙벽이 서양식 붉은 벽돌로 대치되고 용마루 부분 종탑자리에 고딕식 종탑이 들어섰다. 성당 내부가 참 예쁘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나무천장과 벽돌로 마감한 창틀, 그리고 나무 바닥이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멋을 풍긴다. 

성당 뒤쪽 언덕에는 김대건 신부 기념비와 금강이 내려다 보이는 ‘망금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 전북 전주 전동성당 

완산구 전동, 그 유명한 한옥마을 들머리에 있다. 성당이 있는 자리는 한국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로 알려진 윤지충과 권상연이 1791년 처형당한 자리다. 당시 이들의 피가 묻었던 풍남성 성벽의 돌이 성당 주춧돌로 사용됐다. 윤지충은 고산 윤선도의 6대손이고 권상연은 그의 외종사촌이다. 서울 명동성당의 건축 감독을 했던 포와넬 신부가 전동성당을 설계했다. 이후 성당은 1908년부터 1914년까지 지어졌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1931년이 되어서야 축성식이 열렸다. 완성까지 23년 걸린 셈이다. 천주교 신자들은 명동성당을 ‘아버지의 성당’, 전동성당을 ‘어머니의 성당’이라고 부른단다. 성당 옆 사제관도 100년이 넘은 건물이다.


전동성당은 전도연, 박신양이 주연했던 영화 ‘약속’(1998)에 등장하며 입소문 탔다. 영화가 끝날 무렵,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는, 하얀 눈 소복하게 쌓인 성당이 여기다. 연인들, 사진 동호인들은 여전히 많다. 성당은 웅장하다. 


서양 중세시대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정면 종탑이 웅장하다. 내부도 예쁘다. 하얀 외벽과 회색 아치형 기둥이 고풍스럽다.

● 강원도 횡성 풍수원성당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다. 한국 전체를 따지면 네 번째다. 서원면에 있다. 신유박해(1801년), 병인양요(1866년), 신미양요(1871년) 등으로 박해를 받던 신도들이 이곳으로 피신해 모여 기도한 것이 성당의 출발이다. 현재의 성당 건물은 1907년에 완성됐다. 고딕양식으로 아담하게 지어졌다. 붉은 벽돌로 된 외관이나 바닥에 나무를 깐 내부가 예뻐 영화나 드라마에도 가끔 배경으로 등장했다.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찾았던 시골 교회당의 향기가 오롯이 전해진다. 


십자가의 길은 걸어볼 만하다. 야트막한 산을 타고 솔숲으로 난 길을 따라 조성됐다. 비석에 새긴 그림도 간결하고 힘이 있어 눈길이 간다. 성당 뒤편에 있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옛 사제관은 외관이 참 예쁘다. 성당보다 5년 늦은 1912년에 완성됐다. 벽돌로 지어진 사제관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건물이자 원형이 잘 보존된 건물이다. 

들머리에서 성당으로 이르는 길을 걸어본다. 성당 건물과 이파리 떨군 거대한 느티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이 운치가 있다.